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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엔 유선전화가 없다"…무선단말 하나면 OK

한상진-터치 2010. 1. 26. 17:30
"사무실엔 유선전화가 없다"…무선단말 하나면 OK

KTㆍSKT 등 통신사업자 차세대 먹거리 부상
통신비 절감ㆍ사용편의성ㆍ부가서비스 등 장점
스마트폰 확산 힘입어 FMC 도입 가속 전망

 
■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삼성증권 데이터센터 사무실에는 유선전화가 없다. 외부에서 사무실로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휴대폰에 연결된다. 굳이 자리에 앉아있지 않아도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편리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회사 안에서는 직원들끼리의 통화가 무료다. 여기에다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송수신, 사내 메신저, 인트라넷 모바일 오피스 기능도 활용한다. 이 모든 것이 무선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유무선통합(FMC, Fixed Moblie Convergence)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FMC,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의 시작〓FMC 서비스를 필두로 하는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enterprise mobility)가 통신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일부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수년전 기업용으로 일부 제공했던 FMC 서비스는 최근 KT와 SK텔레콤 등의 통신사업자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유선과 무선을 아우르며 통신과 IT기술 결합의 접점에 있는 FMC는 통신비 절감과 사용편의성, 각종 부가서비스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차세대 통신 서비스의 키워드로 불린다.

사실 FMC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기존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하나의 통합환경으로 구현하는 만큼 기술적으로는 이미 수년전부터 가능했다. 다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10여년 이상 유무선이 각각 분리되어온 시장이 통합될 경우에 생기는 간섭현상과 이에 따른 불가피한 매출감소를 우려해 시기를 조율해왔다. 최근 FMC 열풍은 단말 기술의 발전과 통신시장의 성장정체, 혁신적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욕구에 따라 뒤늦게 조명을 받은 셈이다.

와이파이와 이동통신망을 함께 활용하는 FMC는 우선 와이파이를 통한 사내(가정내) 접속을 통해 휴대전화 비용을 절감하는 게 최대 장점이다. 유선전화를 무선하나로 대체할 수 있어 편리성도 높다. 여기에 무선인터넷을 통한 각종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부가기능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도 FMC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네틱리서치에 따르면 2008년 세계 FMC 서비스 이용자는 86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13% 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이어 2013년에는 8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80억달러에 이르는 시장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올해는 국내 FMC 도입의 원년〓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KT로부터 FMC를 도입했다. 삼성증권의 FMC 도입은 국내 대기업에서 유선전화가 사라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삼성증권은 지난 2008년 2월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컴퓨팅 개발에 나섰다. 이후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09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증권의 FMC 서비스는 임원들은 물론 1000여명의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전자메일, 전자결재 등을 포함한 그룹웨어와 홈트레이딩 기능을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KT는 FMC 서비스로 기업 유선전화 요금의 17%, 임직원 휴대폰 요금의 13.5%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이 성공적으로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환경을 구현하면서 후발주자들의 도입도 잇따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9년 통합커뮤니케이션(UC)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모바일 컴퓨팅도 함께 도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초기 일부 임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지급한 데 이어 전 계열사의 팀장급 이상 600명에게도 모두 스마트폰을 지급하며 그룹웨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400여명의 영업사원들에게도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영업활동관리시스템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주문정보, 판매정보, 채권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도록 한다.

정부기관 최초로 FMC를 도입한 기상청은 최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직원 1500명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현재 기상청은 위젯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기상상황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구현하는 데 스마트폰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기상청은 향후 국가정보원과 협력을 통해 전자메일, 메신저, 전자결재 등으로까지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스마트폰을 통해 전동차 운영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도시철도공사는 현재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단계적으로 전 직원에 스마트폰을 지급함으로써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운영정보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교수급 의사 350명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환자리스트, 주요검사 결과, 처방력 조회 같은 진료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신영증권 역시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스마트폰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 CJ, 코오롱, 삼양, 동부, 신세계 등 그룹 차원에서 FMC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올해는 LG와 현대기아차 등도 스마트폰 기반의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환경을 도입할 계획이어서 올해는 FMC를 비롯한 기업 모바일 서비스 확산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컨버전스의 총아로 떠오른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최근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PC의 황금기는 지났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모바일 기기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오는 2013년경에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장비에서 휴대폰이 PC에 비해 압도적인 지위를 가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촉발된 모바일 시장의 변화는 기존의 통신시장과 PC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최근 KT,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등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업체까지 포함하면 올해 국내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어림잡아도 50여종에 달한다.

이들 제품이 대거 시장에 출시되면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으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용자 편의성이나 성능에 있어 기술적인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단말기 가격, 통신비용 등도 덩달아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환경을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FMC 서비스를 필두로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구현에 가장 적극적인 KT는 올해 도입 기업이 200여개가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 KT, SK텔레콤 등은 기존 업무시스템과 윈도모바일, 아이폰,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모바일 운용체계(OS)와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제공할 방침이다.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시장이 확산되면서 무선랜을 중심으로 한 통신장비 업체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FMC 서비스는 유무선을 아우르며 여러 업체 장비와 솔루션이 결합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들과 장비업체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여기에다 각종 모바일 오피스 구현을 위한 기존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보안 전문업체, 전자결제 업체들까지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가 발표한 `국내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시장분석 및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시장은 2008년 대비 9.9% 포인트 증가한 2조671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연평균 6% 성장률을 성장세를 거듭, 오는 2013년에는 3조5777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출 처 : 디 지 털 타 임 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