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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충전" 세상이 열린다

한상진-터치 2011. 1. 6. 14:41

강한 '자기장' 발생시켜 휴대폰 배터리 등 충전
"10년 내 전선들 사라질 것"

"충전 안 하고 스마트폰을 쓸 수는 없을까."

요즘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으로 지하철 안에서도 업무를 보고 주식거래와 신문 보기까지 해결하지만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배터리 때문에 짜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를 속박하는 충전의 불편을 해결해줄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조만간 실현될 전망이다.

노키아는 올해 자사의 휴대전화 1200만대에 이 기술을 채용하겠다고 했고 삼성전자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전자 전시회 'CES 2011'에서 이 기술을 집어넣은 3차원(3D) TV용 안경을 발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박영진 박사는 "최근 2~3년 동안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면서 "10년 내에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에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와 집안을 어지럽히는 각종 케이블과 전선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선충전기술이 적용된 3D TV용 안경. /삼성전자 제공

◆선 없이 전기를 보내는 방법

사실 '무선전력전송'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893년 미국의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Tesla)는 수십㎝ 떨어진 네온등에 무선으로 전기를 보내 불을 켜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는 전기로 고주파 전파를 만들어 쏘아 보낸 다음 수신장치에서 이를 받아 다시 전기로 바꾼 것이다. 197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모하비 사막에서 대형 장비를 이용해 1.4㎞ 거리에 30㎾의 전력을 전송한 것도 같은 원리였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인체에 해로운 고출력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생활에 사용되지 못했다. 대신 미래 우주공간의 태양광발전소에서 전기를 지상으로 보낼 때 이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는 것은 패러데이의 '전자기유도'를 응용한 방법이다. 전자기유도현상은 전류가 흐르는 곳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의 여파로 주변의 다른 전선에도 전류가 흐르게 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충전기에 전류를 흘리면 주변에 자기장이 생긴다. 이때 자기장 근처에 휴대전화를 두면 휴대전화에도 전류가 흐르면서 배터리 충전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10여년 전 전동칫솔에 적용됐고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비롯한 다양한 가전기기들에 시도되고 있다.

선을 연결하지 않고도 충전이 가능한 휴대전화용 무선충전기. /LS전선 제공

하지만 이 기술은 휴대전화가 충전기로부터 조금만 멀어도 충전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 충전기에 강한 전류를 흘려 자기장의 세기를 높이면 되지만 인체에 좋지 않은 전자파도 함께 강해진다. LS전선 박래혁 수석연구원은 "현재 개발된 무선전력전송장치의 한계는 몇㎝ 수준"이라며 "전자파를 막는 기술이 진화하면 이 거리가 훨씬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진(共振) 이용한 새 방식 주목

전자파 걱정 없이 자기장을 멀리까지 보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공진(共振)을 이용한 기술이다. 외부에서 발생한 주파수가 어떤 물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주파수와 같아지면 에너지가 갑자기 커지는 것이 공진이다. 소프라노의 고음에 조금씩 흔들리던 와인잔이 어느 순간 강한 진동과 함께 갑자기 깨져버리는 것이 바로 공진 현상이 만들어낸 일이다.

이 원리를 무선전력전송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전기와 휴대전화 양쪽에 같은 주파수의 '공진코일'이라는 부품만 추가하면 된다. 충전기에서 나오는 자기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지만 이 공진 원리를 이용하면 멀리 있는 휴대전화에도 강한 자기장을 일으켜 충전에 필요한 전류를 만들 수 있다.

지난 2007년 MIT 연구진은 2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전구에 공진 방식으로 자기장을 전달해 불을 밝혔다. 한국의 전기연구원은 최근 충전기와 휴대전화 사이에 공진을 전달할 수 있는 '중계 코일'이라는 것을 설치해 1.5m 거리에 75%의 효율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LS전선도 1m 거리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과 넷북(미니노트북) 등을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출 처 : 조 선 경 제